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인간적인 극우파의 위선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이지 않은 좌파의 호전성은 상처가 된다.

가슴과 몸이 먼사람보다
머리와 가슴이 먼사람이 더 꺼려진다.

좌파 지식인의 모순은 그들이 피지배계급을 실제로 실현하면서 살지는 않는다는데에 있다.
오래전부터 좌파 지식인의 이러한 모순은 그들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당위가 되었고,
이를 가리켜 우리는 '교양'이라고 이름했다. 

embededness배태성을 '일상의 덫'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성찰하지 않는 자는 나아가지 못한다는 윤리적 언어는
'일상의 덫'을 깨닫지 못하면 존재자체가 우스워지는 좌파에게 꼭 필요한 구절이다.

박정희가 어거지로 만들어놓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별일 없이 자라난 20대 좌파는
누구나 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누구나 그럭저럭 동의하는 '어려움 모르고 자라나 철없는 자식들'이라는 혐의를 냉소하지 않고 성찰해볼 기회가 적었다. 혐의는 대부분 비논리적이고 가부장적인 맥락에서 쏟아져 나왔기에 수용할 일고의 가치도 없었는지 모른다.
영화 '친구'에서 불량학생이 된 유오성이 공부잘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때 내가 가출했다가 들어왔을 때 내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나를 혼내줬더라면 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거다." 학교선생들은 수도 없이 그를 때리고 야단쳤을 테다. 비논리적이고 가부정적인 맥락에서. 그래도 그는 결핍되어 있었고 그는 스스로 그를 알았다.
애정어린 도움이 없는 자기수정은 칼처럼 아프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자기수정만 기다린다면 삶은 나아가지 않는다.

'어려움 모르고 자라나 철없는 자식들'은 대부분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었다.
자기 실현과 인정욕구를 메우기 위해 친구를 배제하는 메커니즘을 권유받은 '자식들'은 그렇게 잘 길들여진 대가로 어처구니 없게도 욕을 얻어먹었다.
20년 잘 길들여진 자식들이 형식적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저마다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 중 어떤 자식들은 좌파가 된다.
20년 물든 이기적인 타성과 모순적인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성찰하고 부끄러움을 체화하는 뼈아픈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업보였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우리의 업보였다.
누구는 이를 유식하게 개념화 하여 '이념화 이전에 필수적인 탈이념화'라고도 불렀다.

성찰되지 않았고 성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좌파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성찰하지 않는 방어적 좌파가 되어갔다.
분노로 '교양'을 대신하는 호전적인 좌파가 되어갔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내편'이 아니라면 고통도 조롱할 수 있는
인간애가 없는 이상한 좌파가 생겨났다.

피아를 정확히 구별하여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편리함을 거부하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강한 부정은 그 방법의 본질이 나에 대한 강한 긍정일때 건강한 것임을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면서
남의 행동은 결과만을 설명하며 쉬운 말을 내밭을땐,
비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루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다.

여느 치기어린 젊은이들의 사사로운 감수성이 빚어낸 갈등은
추하기도 거추장스러울때도 있지만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것인데,
괜시리, 고도로 자신을 객관화하여 합리화하는 기술을 여기저기 발휘할때는
질투심과 명예욕이 이념의 차이로
성과욕과 인정욕이 사상의 차이가 되어 속절없이 겉돌았다.
불과 오래지 않은 시간은 '자기비판'과 '객관적 정세' 같은게 별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잔잔하게 드러냈다. 

사람에 대한 사랑, 겸손함, 배려, 부끄러움, 양심 이런 참 쉬운게 지켜지지 않는 좌파의 앓는 소리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정붙이는 친구가 없는 좌파
앞과 뒤의 말이 다른 좌파
그래서 스스로도 동지에게 뒤를 보이기가 겁나는 슬픈 좌파가 있었다.

abc가 없는, 기초공사가 안된 호전적인 좌파는
개인의 결핍을 변태스럽게 배설하는 여느 정화되지 않은 실존적 인간으로 연민될수는 있었으나
"이파리 하나 푸르게 하지 못했다."

대학에 남기도,
대학을 떠나기도 두려웠다

by hardknock | 2009/07/07 03:10 | Sympath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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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백범 at 2009/07/12 20:17
글쎄요. 워낙에 한국이라는 사회가 내편이면 강도, 살인마도 선이다 라고 생각하는 당파논리가 강한 나라라서... 당파의 폐단을 성호이익이나 영재이건창 같은 분도 지적했건만 그것을 일제의 루머 정도로 치환하는게 우리 현실입니다만. 한민족 특유의 당파성, 패거리의식, 독선은 어쩔수가 없는가 봅니다.
Commented by 양치기소녀 at 2012/06/22 00:44
이거 퍼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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